나에게 아버지는 무척이나 어려운 존재였다.
늘 우리 삼남매에게 엄했고 제재가 많았다.
무섭고 두려움의 존재이기도 했고 그래서 어서 아버지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고싶은 마음에 결혼도 빨리했다.
그런 마음은 결혼을 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수도 있고 아버지가 늙어가면서 조금씩 자식들에게 내어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나 두려움과 동시에 든든한 나의 버팀목과 같은 아버지는 우리에게 주지못했던 잔정을 손녀들에게 퍼주신다.
우리에게 해주지못했던 것들을 대신 보상해주시는듯.
하시는 일이 힘들어지고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가 퇴근할 시간이면 늘 전화를 하신다.
내가 안부전화를 해야하는데 아버지께서 오늘 별일없었는지 먼저 물어오셨다.
별다를게없는 일상이라 귀찮기도 했고 짜증이 날때도 있었는데 어느날 병원갔다가 암진단을 받고 오셨다.
우리 아버지가?
늘 든든했고 큰산같은 분이라 한번도 편찮다는걸 생각해본적이 없어서인지 실감나지 않았다.
본인이 오히려 우리보다 담담해하셨고 여러가지 검사를 거쳐 어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했다.
생각보다 길어진 수술시간에 걱정이 많았는데 수술은 잘 되었다는 의사말과 함께 힘겹게 마취에 깨어 고통스러워하는 아버지를 수술실앞에서 마주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버지만큼이나 무뚝뚝하고 표현이 없는 내가 진작에 챙겨드리지못한 사소한 것들이 정말 영화처럼 머리에서 스쳐갔다.
잘 하리라.
더 열심히 사랑하리라.
이제서야.
내 나이가 오십에 가까워오고서야 깨달게되었다.
백발의 아버지가 오늘도 전화가 왔다.
몸이 좋아져서 이젠 공도 찰수있을거같다고.
병원에 병문안도 맘껏 갈수없는 시기라 전화너머 목소리로만 안부를 묻지만 어서 건강해지셔서 좋은곳도 같이 다니고 맛있는것도 같이 먹으며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두고싶다.